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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업/쿠농

황녹 / 안내방송

if버전 황녹. if버전을 쓸때마다 의문이 드는건데 키세는 아오미네랑 비슷한 성적으로 어떻게 파일럿이 된거지?







 미도리마는 조금 딱딱하게 느껴지는 좌석에 몸을 기댔다. 국제 의학 세미나에 참가하는 것은 많은 지식들을 습득할 수 있어 좋은 기회이기도 했지만 그만큼 피곤하기도 했다. 창가로 보이는 비행기의 날개를 쳐다보며 미도리마는 조종석에 있을 키세를 생각했다. 말한적은 없었지만 미도리마는 키세가 파일럿 복장을 입고 있는 것을 좋아했다. 몸에 딱 맞아 떨어지는 제복같은 옷은 잘생긴 키세 료타의 얼굴에 딱이었다. 미도리마는 키세가 파일럿 복장을 입고 진지한 눈으로 조종석에 앉아 이런저런 지시를 내리는 것을 상상해보았다.


 자신이 부조종사가 아닌 이상 키세가 비행기를 조종하는 것을 보는 일은 없을 것이었다. 그것이 꽤나 아쉬웠기 때문에 미도리마는 아쉬운 마음을 달래려 일부러 키세가 모는 비행기를 예약했다. 둘 다 바쁘기에 얼굴을 맞대고 같이 시간을 보내는 일이 적어 이런식으로나마 같은 공간에서, 같이 시간을 보내고 싶었던 것도 이유의 하나이기도 했지만. 


 트레이를 밀고 온 스튜어디스에게 물 한잔을 부탁한 미도리마가 막 물 한모금을 입에 대려는 순간 기내 방송이 울렸다.


 "손님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저는 여러분을 모시고 여행하는 기장 키세 료타입니다."


 평소의 들뜨고 애교있는 밝은 목소리가 아닌, 진중하고 믿음감 넘치는 낮은 목소리에 미도리마의 양 팔을 타고 소름이 돋아 올랐다. 평소의 기내방송은 저런 목소리로 하는 것인가. 진지한 눈으로 마이크를 붙잡고 기내방송 멘트를 치고 있을 키세를 생각하니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오르는 기분이 들었다. 


 "…현재 이 비행기는 고도 12000m, 속도는 시속 950km로 비행중에 있습니다. 현재 목적지인 도쿄의 날씨는 맑은 가운데, 기온은 섭씨 영상 10도씨 입니다. 오늘 비행중에 날씨는 대체로 양호할 것으로 예정되어 있으나, 가끔 기류가 불안정한 지역을 통과할 경우 다소 흔들릴 수 있습니다. 따라서 손님 여러분 께서는 좌석에 계시거나 주무실 때에는 항상 좌석벨트를 매주시기 바라며 아무쪼록 즐겁고 편안한 여행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Good morning, Ladies and Gentlemen. This is your captain Kise Ryota speaking. 그 뒤를 이어 매끄러운 영어 발음이 들렸다. 평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에 미도리마가 얼굴을 감쌌다. 지금 제 앞에 키세가 없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맞닥뜨린 자신의 일에 열중하는 키세 료타는 상상보다 훨씬 … 멋졌다. 안내방송은 이제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So please fasten your seat belt whenever you seated. Thank you, Have a pleasant flight. 달아오른 얼굴을 식히려 손부채질을 하며 미도리마는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서 좌석 앞에 꽂혀있는 잡지를 펼쳐들었다. 제대로 눈에 들어오지 않는 글씨와 그림을 억지로 뇌속에 우겨넣으며 미도리마가 페이지를 넘기려는 찰나 끝났을 터인 안내방송의 마지막 말이 흘러나왔다. 


 "아아, 미도리마 신타로 승객님께 알립니다."


 갑자기 흘러나오는 자신의 이름에 고개를 들기도 전, 귓가로 날아드는 달콤한 목소리에 미도리마는 잡지에 얼굴을 박을 기세로 고개를 푹 숙였다. 


 "사랑해요."


 조그마한 기내 창문으로 따사로운 햇살이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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