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녹으로 멘트는 '기도하자, 너를 위해.' 키워드는 짖궂음. 눈물나는 느낌으로. 나쁜놈 키세 주의.
키스해줄테니까, 떨어져줄래요? 붙잡힌 넥타이가 꽉 목을 졸라왔다. 안경이 깨져서 시야가 흐릿했다. 너는 어떤 표정을 하면서 저런 말을 하고 있을까. 나는 맞아서 부은 눈을 찡그리며 너의 표정을 보려고 애썼다. 희미한 윤곽선은 뚜렷해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너는 내 찡그림을 다른 의미로 해석했는지 짜증을 내며 다시 한번 되물었다. 아, 진짜. 미도리맛치. 내가 키스 한번 해줄테니까 떨어져줄거냐구 물었슴다.
…….
됐슴다. 어차피 미도리맛치한테 키스해줄 마음도 없었고. 무슨 대답을 해야할지 몰라서 망설이고 있었더니 한참동안의 침묵을 깨고 네가 넥타이를 놓았다. 허공에 반쯤 떠 있던 몸이 다시 바닥을 향해 추락했다. 뒤통수에서부터 둔탁한 아픔이 타고 올라왔다. 손을 올려 감싸쥘 힘도 없었기 때문에 나는 그저 몸을 웅크리고 입술을 깨물었다.
맨처음은, 그래 … 아마 네가 어디서 그런 이야기를 듣고 온건지도 모른다. 혹은 내가 너무 티가 나게 너를 좋아했는지도 모른다. 어찌되었든 너는 어느날 태양처럼 환하게 웃으며 물었다. 미도리맛치, 저 좋아해요?
그때 너의 말에 바로 부인했어야 했다. 네가 너무나도 눈부시게 웃고있어서 나는 그만 반박할 타이밍을 놓쳤고, 그때의 내 표정이 어땠는지 모르지만 아마도 얼이 빠진 모습이었을 내 표정을 보고 너는 무엇을 읽어냈는지 조그맣게 웃음을 터트렸다. 정말인가 보네요, 기분 나쁘게. 너의 환한 미소와 네가 내뱉는 말에는 커다란 괴리가 있어서 나는 한순간 네가 말한게 저도 그렇슴다 하는 긍정의 말인줄 알았다.
그래서 네가 발로 나를 걷어차 쓰러트려도 반항하지 못했다. 정신을 차려보니 너는 내 위에 올라타 샐샐 웃으며 뺨을 툭툭 치고 있었다. 전 또 저희끼리 여자이야기나 야한 이야기 할때 미도리맛치는 늘 인상만 찡그리고 끼어주지 않길래 범생이라 그런줄 알았더니… 너는 말끝을 흐리더니 웃던 얼굴을 정색하며 찡그렸다. 게이새끼라서 그랬나 보네요.
쏟아지는 폭력속에서 나는 너에게 나는 모든 남자가 좋은게 아니라, 다만 사랑하게 된것이 너였을 뿐이라는 말을 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그 때 말을 했어도 아마도 너는 그저 드라마나 영화에 나오는 대사쯤으로 치부하며 비웃었을 것이다. 그 이후로 너는 매일같이 나를 불러냈고, 나는 매일같이 체육창고나 빈 교실 혹은 옥상, 교사 뒤편과도 같은 곳에서 맞아주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첫 날을 빼고 너는 직접적으로 폭력에 가담하지는 않았다. 늘 뒤의 빈 책상이나 매트 위에 앉거나 옥상벽의 기대어 내가 맞는걸 지켜봤을 뿐이었다. 고백을 하면 이루어진다는 교정 뒷편의 벚나무에 기대서 나를 지켜보고 있었을땐 그 상황의 부조화에 웃음이 나오는 것을 멈출수가 없었다. 너의 부름을 무시한다면 무시할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너는 늘 폭력을 휘두르고 나면 쓰러져 있는 내게 다가와서 눈을 마주치고 쪼그리고 앉아 말을 건넸다. 비록 비꼼과 비웃음과 욕설로 가득찬 대화였고, 몸 구석구석이 쓰리고 아팠지만 나는 너와 단둘이 있는 그시간이 너무도 소중해 너의 부름을 무시할수 없었다.
어차피 부모님은 밤 늦게 돌아오시고, 어린 여동생에게는 계단에서 구르거나 연습을 하다 다쳤다고 발뺌을 하면 되는 것이었다. 농구부 훈련도…어차피 이제 체육관에 나와 농구연습을 하는 1군 선수라고는 나뿐이었다. 내 몸에 상처가 얼마나 나도, 아무도 나에게 신경쓰지 않을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너에게 마음껏 맞아주었다. 잠깐 정도의 아픔으로 너와 연결될 수 있다면 얼마든지 맞아줄 수 있다.
미도리맛치는 제 어디가 좋은검까? 뭐, 대답안해도 됨다. 어차피 얼굴이겠죠. 내 옆에 쭈그리고 앉아서 네가 자문자답했다. 나는 숨을 몰아쉬는 것도 힘이 들어서 네 대답에 입을 다물었다. 다만 속으로 네 질문에 동의했을 뿐이었다. 나는 대체 너의 어디가 좋은걸까. 사랑은 사람을 멍청하게 만든 다더니 내 자신이 바로 그 꼴이었다. 공부도 못하고, 성격도 좋지 않고 단순히 내가 너를 좋아한다는 것이 기분 나쁘다는 이유로, 내가 너에게 아무런 해도 끼치지 않았는데도 내게 심심풀이로 폭력을 휘두르는 볼것이라곤 얼굴 밖에 없는 남자인데도 네가 좋다니.
아. 전 그러면 이제 촬영이 있어서 가보겠슴다. 네가 자리에서 일어서서 바지를 툭툭 터는 소리가 들렸다. 내일 또 봐요. 드르륵, 교실문이 닫혔다. 마치 수업이 끝나고 사이좋게 인사하는 친구 같이 들려서 나는 또 실없이 웃음이 나왔다. 사랑하면 닮는 다더니 나는 너를 닮아 바보가 되어가는 것이 틀림없었다. 네가 나에게 환하게 웃으며 물어오던 그 날 부터, 네가 나에게 주먹을 휘두르기 시작하던 그 날 부터. 너의 알량한 양심이 너를 아프게 하지 않기를 빌고 또 빌었다. 그럴리가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나는 구제할수 없을 정도로 멍청해진게 틀림없다. 울컥 토해져 나오는 웃음을 내뱉으며 나는 눈을 감고 몸을 웅크렸다. 기도하자, 너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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