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노 두잔 나왔습니다. 커피 냄새와 함께 낮은 목소리가 퍼졌다. 조그마한 카페안은 손님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삼삼오오 모여앉은 여자 손님들은 흘끗흘끗 카운터 안을 훔쳐보고 있었다. 여자들의 시선이 모인 곳에는 두 남자가 서있었다. 새하얀 셔츠와 검은 바지 위에 새카만 앞치마를 두른 모습은 확실히 여심을 부추길 만한 것이었다. 이 카페의 젊은 주인과, 그의 친구로 보이는 아르바이트생은 이 근방에서 소문이 자자했다. 초록색 머리빛이 조금 특이하지만, 안경을 쓴 조금 스토익해보이는 키 큰 남자와 까만 머리카락에 활기로 가득찬 남자 단둘이 카페를 운영한다는 소문은 카페가 열리고 얼마지나지 않아 금방 이 주위에 퍼져나갔고 여자손님들이 물밀듯이 밀려오게 만들었다.
신쨩, 찻잎 다 떨어져간다. 앞으로 두, 세잔 더 나가면 메뉴에 품절 표시해야할거 같은데? 주인의 목소리에 아르바이트생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고 있다는 것이다. 주문을 해두었으니 내일 아침쯤엔 받을 수 있다고 연락이 왔던 것이다. 커피 한잔씩 손에 들고 카운터 안쪽의 대화를 훔쳐듣던 여자들의 얼굴에 발그레한 홍조가 떠올랐다. 눈과 귀와 혀 모두가 행복하다. 그녀들은 커피를 한모금 우아하게 마시며 눈으로 바쁘게 두 남자의 행적을 좇았다. 평소와 똑같은 카페의 일상일터였다. 카페문이 열리기 전까지는.
딸랑, 조용하던 카페 안에 문이 열리는 종소리가 들렸다. 무의식적으로 카페 문으로 시선을 던졌던 여자들의 입속에서 헉, 하는 소리가 튀어나왔다. 뒤에서 후광이 비친다는 것은 바로 이를 두고 말하는 것일 거라고 그녀들은 생각했다. 금발의 남자가 문을 밀고 들어서고 있었다. 여기저기서 꺅, 하고 조그맣게 비명소리가 터졌다. 어디 잡지 화보에서 그대로 걸어나온 것 같은 차림새가 믿기 힘들정도로 어울리는 남자가 저에게 몰리는 시선에 눈을 한껏 휘며 웃었다.
어머, 저거 혹시?
키세료타 아냐?
카페안이 곧 수근거리는 목소리로 가득찼다. 웅성거림의 원인이 되는 장본인은 주위를 신경쓰지 않고 그대로 카운터를 향해 걸어갔다. 늘 무심한듯한 표정으로 주문을 받던 아르바이트생의 표정이 처음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제 앞에 선 손님의 얼굴을 확인한 아르바이트생이 놀람인지 불만인지 당혹인지 모를 감정으로 미간을 찡그렸다. 네가 왜 여기에 온 것이냐. 키세. 카운터를 사이에 두고 키세 료타와 아르바이트생이 서로 얼굴을 마주보았다. 당연히 미도리맛치 보러 왔죠. 주문 안받을 검까? 미도리맛치? 무엇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인지 얼굴을 찌푸리고 있는 아르바이트생을 키세 료타가 웃는 얼굴로 바라보았다. 아르바이트생이 머뭇거리다가 결국 불퉁하게 입을 열었다. 무엇을 주문하시겠습니까, 손님. 평소에 무심하지만 예의바르던 것과는 사뭇 다른 태도였다. 기분나쁠법만도 한 아르바이트생의 말에도 키세 료타는 인상 찌푸리는 일 없이 오히려 반짝반짝 빛나는 얼굴로, 환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미도리맛치 하나, 테이크아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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