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도 6월 조각글 백업(세부설정 수정O)
어디서 봤더라? 티엔은 무심결에 눈을 돌린 전봇대에 붙어있는 전단지를 보며 생각했다. 뒷목을 덮는 길이로 자른 머리카락의 남자아이가 웃는 얼굴이 기억 속 한구석에서 어른거렸다. 그러나 티엔은 그 색도 알아볼 수 없는 흐릿한 흑백 프린트의 소년이 누군지 기억해낼 수 없었다. 등 뒤에서 '저거 걔 아냐? 왜, 1학년에…마틴 챌피.' 라고 속닥대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면 끝까지 기억해내지 못했을 것이다.
복도에서 친구들인지 모를 사람들에 한가득 둘러 쌓여서 환하게 웃고 있던 애. 자신을 에워싼 사람들이 사라지자마자 물 밀려나듯 사라지던 감정. 대체 어떻게 잊고 있었던 것인지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선명히 떠오르는 무표정. 복도 틈새로 들어오는 따뜻한 햇빛이 무색하게도 아무것도 떠올라 있지 않던 얼굴은, 쇼윈도 너머의 마네킹이 차라리 생기있게 느껴질 정도였다. 그 얼굴이 수업종 소리와 함께 복도 끝에 있는 저를 발견하고는 아무일도 없었다는 양 다시 미소 지은 것을, 티엔은 머릿속 한구석에서 끄집어낼 수 있었다.
종이 전단지 속 얼굴과 기억 속 얼굴이 한 치 다를 것 없이 똑같이 웃고 있었다. 제 기억을 끄집어내서 인화한것이 아닌가 착각할 정도로. 티엔은 종이를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사람을 찾는다는 종이에는 그닥 많은 정보가 적혀있지않았다. 언제 사라졌는지, 키는 얼마난지, 사라질 적 입고 있던 옷과 콧잔등의 주근깨며 아이를 특정할 수 있을만한 자질구레한 특징들 뿐만이 누구것인지 모를 전화번호와 함께 적혀있었다. '제보 시 사례드립니다.' 티엔은 마지막 문장에 흘끗 눈길을 주었다가 이내 관심을 끊고 제 갈길을 걸었다. 그와는 관련 없는 일이었으므로.
'백업 > 샆' 카테고리의 다른 글
티엔마틴 / 티엔 몸에 보석이 자라나는 이야기 (2) | 2020.03.03 |
---|---|
하랑마틴 / 티엔을 좋아하는 마틴을, 사랑하는 하랑이 (0) | 2020.01.21 |
티엔마틴 / Happy birthday, Martin. (0) | 2018.02.14 |
티엔마틴 / 숲 (0) | 2017.10.23 |
다무토마 / 모형정원의 탄생 (0) | 2017.10.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