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30 AM
마틴 챌피는 자신을 흔들어 깨우는 자상한 손짓에 잠에서 깨어났다. 오분ㅁ....미처 끝맺지 못한 목소리로 웅얼대보았으나, 상대는 가차없이 제 몸을 마구 흔들어댔다. 마틴 챌피는 결국 항복하며 침대에서 일어날 수 밖에 없었다. 눈을 두어번 깜빡이고 허우적대면서도 세수를 끝마치고 식탁에 앉으니
와, 이게 다 뭐예요?
먹고 싶다고 하지 않았던가.
평소(에도 물론 풍성했지만) 보다도 한층 더 화려한 아침식탁에 마틴은 남아있던 잠기운도 모두 달아나는 것을 느꼈다. 특별한 날 아니면 꺼낼일도 없이 찬장에 모셔져있던 푸른 자기 그릇 위에 앙증맞게 담긴 샐러드며, 계란, 베이컨, 토스트에 예쁘게 잘린 과일들까지.
생일 축하한다.
마틴은 선물처럼 이어진 남자의 키스를 받으며 작게 웃었다. 그리고는 손대기도 아까울 정도로 예쁘고 보들보들하게 익은 반숙 계란을 포크로 잘라 입에넣고는, 은퇴후에는 둘이서 브런치 카페를 차리기로 결심했다.
10:00 AM
재단의 인재라는 것은 빈말이 아닌지, 마틴 챌피는 발렌타인 겸 생일선물로 산더미 같은 초콜렛을 받았다. 아침 수련을 땡땡이 치고 마틴 챌피의 사무실에 숨어있던 하랑은, 책상 위에 놓인 그 초콜렛 무더기에서 맘에드는 것을 하나씩 야금야금 집어먹었다.
평소라면 더 줬겠지만, 이제 그만드세요. 하랑.
거, 선물받은거라고 되게 쪼잔하게 구네.
네, 그것만 먹고 이제 그만 먹어요.
Uh-uh. 제가 서류에 집중하는 틈을 타 슬금슬금 초콜릿으로 향하는 손가락에 마틴 챌피는 펜을 까닥였다. 아, 알았어! 안먹는다고! 제 의지와는 다르게 막힌 벽을 향해 걸어가며 하랑이 소리쳤다. 벽에 머리를 박고서야 멈춘 하랑은 이마를 만지며 투덜댔다. 아, 씨. 엄청 아프네. 혹난거 아니야?
마틴은 투덜거리는 하랑을 향해, 조금 있으면 이마 뿐만이 아니라 귀가 아플거라는 사실을 알려줄까 말까 고민했다. 복도 너머에서부터 누군가가 걸어오는 것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도통 들리지 않았으나…오히려 그 덕에 누군지 알 수 있었다. 제가 읽을 수 없는 사람이란 단 하나뿐이었으니. 마틴 챌피는 짧은 순간이나마 애도를 표했고,
여기 있을 줄 알았지.
아아아아악! 아파! 아프오! 사부!
순식간에 하랑은 제 사부에 귀를 채여 사라졌다. 아씨, 땡땡이 아니라니까 그러네! 생일축하 하러 간거요. 엉? 형! 생일 축하해! 복도 저 멀리서 울려퍼지는 목소리에, 마틴은 조그맣게 변한 인영을 향해 웃으며 손을 흔들어주었다.
2:30 PM
마틴 챌피는 숨을 죽이고 안개지역에 숨었다. 무슨 구실을 붙여서라도 오늘의 공성은 빠졌어야 했다고 생각하며, 마틴은 이를 갈았다. 맛있는 점심을 먹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공성 지역에 도착한 마틴 챌피의 기분은 대기지역에서 히죽대는 두 면상을 보자마자 바닥으로 치닫았다. 그리고 공성 시작 10분 뒤, 더이상 꺼질 바닥이 없다고 생각했던 기분은 나락으로 쳐박혔다.
야! 마틴 챌피 안개지역 통로에 숨었다!!!
제 위치를 떠벌리는 목소리가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마틴 챌피는 벌떡 일어서 뒤도 안보고 달리기 시작했다. 얄미운 목소리가 뒤따랐다. 의사로서의 소견을 말하자면, 두어대만 더 맞으면 리스폰창에서 우리랑 만날 수 있을 것 같군.
쟤 오늘 생일이니까 생일빵 신나게 먹여 달라고!
아, 진짜 당신들 생일때 두고봐요!!!!!!
마틴 챌피는 고래고래 악을 지르며 있는 힘껏 기지를 향해 뛰었다.
06:00 PM
마틴 챌피는 물건을 정리하고, 가게 문을 닫았다. 하루의 끝이었다. 흘끗 옆을 보니 옆도 마찬가지인듯 했다. 마틴은 잠시 문 옆에 서서, 자신이 도와도 될것인지에 대해 잠시 고민했다. 몇번이나 입술을 달싹거리고, 발걸음을 서성이던 남자는 결국 뒤로 돌아섰다. 집에나 가야지. 집에 가면 따뜻한 목욕물이 담긴 욕조에 몸을 담그고, 보송보송하게 마른 옷으로 갈아입고, 따뜻하게 갓 지어진 저녁을 먹고…….
…생일 축하한다.
발걸음이 멈췄다.
06:02 PM
생일…축하한다. 마틴.
06:05 PM
단 한마디였다. 단 한마디였으나 그 한마디에 마틴 챌피는 저를 맞이하러 온 연인의 품에 안겨 꼴사납게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10:30 PM
사랑하는 연인께서는 실컷 운 마틴을 집까지 데려오고, 따뜻한 욕조에 집어넣고, 보송하게 말린 옷을 입히고, 맛있는 저녁을 지어 먹여주었다. 그 가상한 노력에 힘입어 밤에 잘즈음이 되었을때 마틴 챌피는 이불에 둘둘 말린 행복한 김밥이 될 수 있었다. 포근한 이불에 둘둘말린채 얼굴만 내놓은 마틴은, 제 곁에서 눈을 감고 잠을 청하는 연인을 향해 투덜댔다.
잠이 안와요. 티엔씨는 잠이 와요?
잠이 안올건 또 뭔가.
이런 날에는 생일이니까, 기념으로 야한 이벤트라던가….
그런 눈으로 말해봤자 전혀 설득되지 않는군.
티엔이 퉁퉁 부은 눈 위로 입을 맞췄다. 그리고는 이불을 통째로 들어 제 몸 위로 올려놓았다. 그리고는 몸을 토닥이기 시작했다. 마틴은 그 불규칙적인 토닥임에 불만을 표했다.
이런다고 잠이 올거같아요?
왜, 좋아하지 않나.
눈이나 감아라. 당신은 늘 이러면 오십을 세기 전에 잠에 들거든. 티엔의 말에 마틴은 입술을 비쭉이면서도 순순히 눈을 감았다. 이제는 규칙적으로 변해가는 토닥임과, 귓가에 들리는 둔중한 심장소리에 마틴은 정말 분하게도, 잠이 오는 것을 느꼈다. 뭐라 항의하려 입을 열었으나 나오는것은 아기의 옹알이와도 같은 것이었다. 티엔이 낮게 웃었는지 진동이 몸을 타고 이불 너머로 전해졌다. 이마에 와닿는 따뜻한 입술과, 작게 속삭이는 목소리를 끝으로 마틴 챌피는 깊은 잠에 빠졌다.
…晚安,祝你生日快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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