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푸른색 필터' 라는 이미지 키워드로 받은 리퀘
그 숲은 유난히 울창하거나 유난히 복잡한 것도 아니건만, 언제부터인가 한번 들어간 사람은 영원히 숲을 헤매이다 죽는다는 소문이 붙었다. 완전히 뜬구름 잡는 소문만은 아니었던 것이, 실제로 그 숲에 들어갔다 나온 사람 중 몇은 실종 되어 생사를 몰랐으며 일부는 기억을 완전히 잃고 백치가 되었던 것이다.
남자가 그 숲을 찾은것은 이미 숲에 '유령의 숲'이라는 이명이 붙고도 한참의 시간이 흐른 뒤였다. 마을 사람들은 이미 수십명의 희생자를 집어 삼킨 숲에 제발로 걸어 들어가려는 이방인을 말려보았으나, 남자는 자신의 의견을 굽히지 않았다. 마을 사람들은 그 굳건하고 초연한 태도에 남자를 말리는 것을 포기했다. 실은 빈틈없이 몸을 감싸는 본 적 없는 옷차림과, 남자의 얼굴을 가리는 까만 면포가 퍽 신비스럽게 느껴졌던 탓이기도 했다. 그 모습은 마치 숲에 걸린 저주를 풀기 위해 신이 내린 사자 같았으므로.
남자가 숲에 한 발을 딛는 순간 바람이 일었다. 그리고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언가가 마을의 모두를 덮쳤다. 깨질것 같은 머리와 부연 시야속에서 누군가는 바람에 흩날린 면포 속, 까맣고 하얗게 얽혀 살결을 타고오르는 균열을 본 듯 했다. 허나 그도 그저 일순간이었고……그 뒤는 새하얀 공백만이 남았을 뿐이다.
더 이상 아무도 그 숲에 남자가 들어간 것을, 그 숲이 유령의 숲이었다는 사실을 기억하지 못했다.
…그렇게 실로 완전한 공백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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