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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업/샆

다무토마 / 모형정원의 탄생




다이무스 홀든의 세상은 단 하나의 총탄에 의해 산산조각이 났다.


싸늘한 시체로 돌아온 나이 어린 연인의 앞에서 다이무스는 저를 이루고 있는 그 모든 것들이 무너져내리는 것을 느꼈다. 추억과 감정들은 녹아 발 밑에 고여 진득한 절망이 되었다. 그 절망은 늪처럼 다이무스를 물고 한 없는 나락으로 끌어내렸다. 그 심연속에서 다이무스는 절망이 눈과 귀를 가리고 코와 입을 틀어막도록 내버려두었다. 그곳에서 빠져 나와야할 이유도, 기력도 다이무스에게는 더이상 남아있지 않았고…….


…그저 그대로 가라앉고 싶었다.


다이무스 홀든을 그 구렁텅이에 쳐박은 것은 어린 연인이었으나, 우습게도 그를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것 또한 어린 연인이었다.


아니, 과연 그것은 제 연인인가?


다이무스는 문 앞에 바로 앉아 얇은 문 너머로 애달프게 제 이름을 부르는 것을 생각했다. 하루도 질리지 않고 찾아오는 그것은 죽은 연인과 끔찍하게도 닮아있었다. 그 얇고 어린 목소리며, 제 이름을 발음하는 혀의 굴림, 살짝 늘어지는 끄트머리마저도……어느하나 빠짐없이 같았다.


다이무스씨, 
다이무스씨, 
다이무스씨. 하고….


그렇게 이백하고도 오십일쯤 되던날,
다이무스 홀든은 그것을 거부하는 것 보다 세상을 거부하는 것이 훨씬 더 쉽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것이 정말로 제 연인인지는 이제 중요치 않았다. 다이무스는 문을 열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듯한 말간 얼굴이 있었고, 그 모습을 눈에 담는 순간 숨이 턱하고 막혀왔다. 느릿하게 깜빡이는 눈꺼풀 사이로 깨끗한 눈동자와 마주할 때마다 속이 뜨겁게 달궈졌다.
 다이무스씨.
그는 굳게 쥐고 있던 칼을 저멀리 내던졌다. 품안에서 생경하게 느껴지는 감각은 그전과 다를 바 없었다.
 다이무스씨.
고장난 앵무새마냥 제 이름만 반복하는 것을 숨 한 가득 들이키며 다이무스 홀든은 완전히 그것에 굴복했다. 패배는 이미 먼 옛날에 예정된 일이었고, 그럴 수 밖에 없는 일이기도 했다. 


이렇게나 사랑스러운 너를, 나는 감히 저버릴 수 없었으므로. 





……그리하여 이것은 다이무스 홀든의 조각난 세상이 모형정원이라는 새로운 형태로 맞춰지게 된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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