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의 장례식에는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다. 언제나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남자였기에 당연한 일인지도 몰랐다. 하랑은 삼삼오오 모여 선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들리지 않는답시고 작은 목소리로 속삭이고 있었으나, 말 한마디 단어 하나 숨소리 하나마저도 똑똑히 들려왔다. '일주일이나 실종되었다면서요.' '들리는 얘기로는 살해당했다고 하던데요.' '아직 젊은데…. 그나저나 그가 죽었으니 재단은 어떻게 되나 몰라요.' '경찰에서 수사 중인데 아직 아무 단서도 없나봐요.' '세상에나….' 그 모든 소리를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려내며, 하랑은 손에 든 국화꽃 줄기를 매만졌다. 그가 헌화할 차례였다. 대가 잘린 화사한 꽃들이 너부러진 관 앞으로 한걸음 내딛으며 하랑은 사람들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그 짧은 찰나에 네 개의 시선이 한데 모였다 흩어졌다. 하랑은 이미 혼이 빠져나가 텅 비어버린 빈껍데기를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그 창백한 이마에 입을 맞추어주고…웃었다.
나는 이들이 모두 공범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얌전하니 허여멀건한 얼굴 위로 기억 속, 수십가지 표정들이 덧씌워졌다 사라졌다. 환하게 웃는 얼굴, 살포시 눈을 내리깐 수줍은 표정, 탐색하듯 이리저리 둘러보는 눈동자, 긴장으로 굳어버린 입매, 뚝뚝 흐르던 눈물, 악을 쓰고 화를 내던 모습과… 증오로 파랗게 타오르던 눈빛. 재난과도 같이 갑작스럽게 자신을 덮친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죽어가는 그에게 나쁜것은 그라고 말했던건 누구였던가. 자신이었나? 다른이였나? 누구든 상관없긴 했다. 넷 모두 죽은 남자가 가장 나쁘다는 것에 이견은 없을테니. 하랑은 숙였던 허리를 폈다. 속으로 감춰두었던 목걸이가 반동으로 흘러나왔다.
하랑은 조심스럽게 두 손으로 목걸이를 감쌌다. 어렵사리 손에 넣은 것이었다. 작은 흠집도 곤란했다. 단단한 두 팔로 직접 숨을 끊고, 죽어버린 심장에 반딧불을 불어넣어, 거짓처럼 홀로 뛰는 심장에 영혼을 붙잡아 맨 것을 다섯으로 조각내고 갈랐다. 어느하나 어렵지 않은 것도 없었고, 어느하나 하지 못할것도 없었다. 넷 중 그 누구도, 누구 하나가 남자를 온전히 가진 모습은 두고 볼 자신이 없었으므로 공평하게 나눠가진 결과였다.
하랑은 어느새 흙으로 덮이기 시작한 무덤을 바라보며, 텅 빈 몸뚱아리에 마지막 인사를 남겼다.
편히 쉬어. 형.
이 곁에서. 내가 죽을때까지. 평생. 손 안의 목걸이가 화답하듯 미약하게 떨었다.
'백업 > 샆' 카테고리의 다른 글
티엔마틴 / 복채로 드린 점보는 마틴 연성 (0) | 2016.07.18 |
---|---|
티엔마틴 / 동백꽃() 패러디 (0) | 2016.07.18 |
하랑마틴 / 컬러버스로 처음 사랑에 빠지는 순간 (0) | 2016.07.18 |
티엔마틴 / 마틴 몸에 보석이 돋아나는 이야기 (0) | 2016.07.18 |
티엔마틴 / 도저히 그 단어가 나오지 않는 마틴 (1) | 2016.06.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