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아주 이상한 날이었다. 오늘이 소위 말하는 13일의 금요일이 아닌지 몇번이고 달력을 확인해봤을 정도였다. 믿지 못하게도 오늘은 13일도 아니고, 금요일도 아니었지만 아주 이상함으로 가득찬 날임에는 틀림없었다.
첫째로, 마틴은 아침부터 이상한 꿈에 시달리다가 잠에서 깨어났는데, 그 꿈은 일어난지 삼십초도 안되어서 찝찝함과 불쾌함만을 남기고 밭은 숨과 함께 사라져버렸다. 이뿐이라면 마틴은 별다른 생각없이 털어내버렸을 것이다. 그러나 그 기억나지도 않는 빌어먹을 꿈을 시작으로 사소한 불운들이 이어졌다. 세수를 하려고 물을 틀었더니 수도가 고장이 났는지 치솟아오르는 물줄기에 얼굴을 맞은것은 애교였다.
늘 마시던 오렌지주스는 하필이면 오늘 아침 다 떨어져버렸고, 대용으로 구석에서 찾아낸 우유는 유통기한이 삼일이나 지나있었다. 할 수 없이 냉수와 빵에 잼을 발라 먹으려했더니, 하필 잼을 바른 부분이 바닥에 떨어졌고, 마틴은 그 잼을 닦아내느라 오분을 허비했다.
다시 아침을 해먹기에는 시간이 조금 빠듯했기에, 마틴은 빈속으로 출근해야했다. 그러나 마틴은 하루종일 서서 사람들을 상대하는 일을 하고 있었고, 그건 빈속에 하기에는 아주 못해먹을 일이었다. 그래서 마틴은 가는길에 샌드위치를 사먹기 위해 자주 찾던 가게에 들렀으나 마틴을 반긴것은 오늘 급한 용무로 가게를 쉰다는 글이었다.
그저 이런 일들만 있었다면 마틴은 이 날을 그냥 운수가 더럽게 없는 날이라고만 치부했을테였다. 그러나 이 날을 '불운이 가득찬 날'이 아니라 '이상함으로 가득찬 날'이라고 생각한 이유는 이 다음 벌어진 일 때문이었다. 단골가게를 포기하고 아무 가게에나 들어가서 아무 빵이나 사서 먹으려던 마틴에게 이상한 여자 하나가 다가왔다. 사람들이 집시에게 가진 편견들을 모두 한데 그러모은다면 이런 사람이 되지 않을가 싶은 모습의 여자였다. 마틴은 여자를 피해 슬쩍 비켜서려했으나, 여자는 마틴을 향해 똑바로 다가왔다. 이 시점에서 어쩐지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오빠, 점 좀 볼래요?
언제 봤다고 오빠인가! 마틴은 괜찮다고 부드럽게 거절하려 했으나 여자는 한사코 그의 소매를 붙들고 떨어지지 않았다. 점 좀 볼래요? 라고 시작했던 권유는 점점 점을 봐야겠다는 강요로 변해갔다. 이렇게 실랑이를 이어가다가는 정말로 출근이 늦어버릴 것 같아 마틴은 어쩔수없이 점을 보기로 했다. 복채로 빵을 강탈당한 것은 덤이었다. 마틴은 이쯤되니 허탈해져서 들이밀어진 타로카드들도 웃는얼굴로 고를 수 있었다.
어머, 연인카드네.
좋은 뜻인가요?
타로카드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마틴의 눈에도 두 연인과 그 사이의 천사가 그려진 카드는 좋아보였다. 생글생글 웃는 여자의 얼굴 또한 좋은 예감에 한 몫 했다.
오늘 오빠한테 귀인이 찾아오겠네.
귀인이요?
그럼. 아주 중요한 사람이야. 오빠의 인생의 동반자가 되어줄수도 있는 사람이니까 꼭 잘 잡아야해.
아주 진실된 사람이 찾아올거야. 좋은 말들만 이어지는 점괘에 마틴의 기분은 점점 들떴다. 종내에는 한개 주고 한개 남은 빵마저 복채로 더 받으라며 건네줬을 정도였다. 오늘 아침의 사소한 불운들은 모두 이 점괘를 위한 밑거름처럼 여겨졌다. 마틴은 고맙다고 인사하며 가벼운 발걸음으로 출근하러 떠났다.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발걸음을 바삐 하느라 마지막 한 마디를 듣지 못한채로.
…그러니까 오빠의 판단이 아주 중요해질거야. 좋은 선택하길 바랄게.
그 귀인은 생각외의 방법으로 마틴에게 찾아왔다. 아니, 솔직히 귀인인지 잘 모르겠다. 좀 더 솔직해지자면 절대 귀인이 아닐 것 같았다. 하지만 이 사람이 아니라면 딱히 귀인이라 할만한 사람이 없는것도 현실이었다. 마틴은 제 앞에서 딱딱한 얼굴로 서있는 동양인을 바라보았다. 이사람이 없었다면 아마도 제것이 되었을 자리를 차지한 사람이었다. 그가 원해서 마틴을 밀어낸것은 아니라고는 하나, 이 시점에서 마틴은 이 남자가 정말 자신의 동반자가 되어줄 사람이 맞는지 의심했다.
그러나 그는 브루스씨가 직접 스카웃을 해온 사람이었고, 지금도 브루스씨가 직접 소개를 해줄만큼 공을 들이고 있는 인물이었다. 솔직히 주워들은 이야기가 있어서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남자가 재단에 도움이 된다면 마틴은 개인의 호불호정도야 깔끔히 접을 마음이 충분했다. 혹시 아는가, 이 남자가 그 귀인이라서 저를 도와 재단의 발전을 도와줄지. 마틴은 웃으며 남자에게 악수를 청했다. 남자의 머릿속을 떠 볼 작정이었다. 자신이 들어온 정보를 취합하면 남자의 성향은 절대 재단의 방침과 맞을 수 없었다. 하지만 겉과 속이 다른 사람은 세상에 얼마든지 존재했고, 만약 그가 알려진것 과는 달리 그랑플람의 정신을 아는 사람이라면…. 마틴은 조심스럽게 티엔의 머릿속을 휘젓기 위해 능력을 사용했다.
그리고 그 순간이었다. 마틴은 끝이 없는 것 같은 새카만 눈동자와 시선을 마주쳤고,
헛수고다.
그 말과 함께 능력이 무언가에 가로막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처음이었다. 자신의 능력이 통하지 않는 사람은. 붙잡은 손을 내려다 보고 다시 한번 무뚝뚝한 남자의 얼굴을 본 마틴은 주위의 시선에 충격을 수습하고 자신이 지을 수 있는 가장 예쁜 미소를 지어보였다.
잘 부탁드려요. 티엔씨.
인생의 동반자는 개뿔. 남자는 마틴 챌피 인생 최대의 적이 될 것임에 틀림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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