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자에 등을 대고 구석에 서서 마틴은 벌벌 떨었다. 눈앞의 두 남자는 그 모습이 보이는지 안보이는지, 아니 분명 보이는데 무시하고 있는것이리라. 같은 팀끼리 서로 다투고 있었다. 마틴은 리스폰창에 가있는 네 명의 리스폰 시간을 확인하고는, 서러움에 차오르는 눈물을 꾹 참았다. 극방타지말걸. 이글씨가 장갑 모자 찍고 뛰쳐나가는걸 좀 말릴걸…제발 티 하나만 사라고 할걸…. 후회해봤자 자신을 구해주러 올 같은 팀들은 모두 전광판에 가서 한동안 돌아오지 못할 것이었다.
누가 집에 데려다 주느냐로 치고박고 싸우던 둘은, (마틴은 자신은 두 분의 적이라고 일깨워줘야하나 심각히 고민했다) 이제는 서로 공격이라도 할 기세였다. 마틴은 소심하게 그냥 저 혼자 가면 안되냐고 의견을 피력해보려다가 둘의 눈초리를 받고 가만히 짜졌다. 쭈그려 앉은 마틴은 한숨을 내쉬었다.
…번지하고 싶다.
올려줄까?
헉. 마틴은 제 입을 막았다. 생각만 하려던게 입으로 튀어나온듯 했다. 그러나 입을 막아봤자 이미 쏟아져버린 물이었다. 걱정하지마라, 격류베기로 안전하게 난간에 올려주마. 벨져가 의기양양하게 입꼬리를 틀어올려 웃었다. 마틴 챌피 귀가 대회의 승자는 벨져 홀든에게 돌아가는 듯 했다.
하, 이런 배달기도 없는 천한 사냥개란.
벨져 홀든이 검을 빼어들었고, 마틴은 순간 눈을 감고 햄버거를 먹을 준비를 했다.
…?
마땅히 느껴져야 할 통각이 느껴지지 않자 마틴은 살짝 눈을 떴다. 루드빅이 구둣발로 벨져의 검자루를 막고 있었다. 인상을 찡그린 루드빅이 마틴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꼭 번지해서 집에 가야합니까?
??
어차피 죽으면 집에 가지않습니까.
이런 미친! 마틴은 간신히 욕을 집어 삼켰다. 루드빅이 침착하게 안광을 빛내며 말을 이었다. 어차피 리스폰되면 본진에서 태어나는데, 시간의 차이일뿐이지. 꼭 번지해서 갈 필요가 있습니까.
―괜찮습니다, 3장 2모 스킬링까지 모두 찍었으니 금방 죽여줄 수 있어요.
나도, 죽여줄 수 있다.
벨져가 질 세라 한발자국 앞으로 나섰다. 루드빅이 코웃음을 쳤다.
극방주제에?
괜찮다, 이펙트 빨고 스킬 한바퀴 돌리면 된다.
이제는 서로 제가 죽이겠다고 난리를 치는 둘을 보며 마틴은 얼굴을 감쌌다. 그냥…걸어가게 해주세요…. 들리지 않을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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