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에서 리퀘 받아서 쓰다가 아닌거 같아서 엎은 조각 두개 둘은 이어지는 내용이 아니고 같은 주제에 별개의 내용임
1.
아. 벚꽃이 만개한 늦봄의 캠퍼스에서 전혀 예상치 못한 녹색 머리통을 보았을 때 키세는 바보같은 탄성을 내뱉었다. 보통 사람들 보다 한층 큰 키덕에 그는 눈에 띄었다. 물론 그를 눈에 띄게 하는 요소는 키 뿐만이 아니었지만. 오늘의 게자리 럭키아이템은, 늘 그랬지만, 특이하게도 병아리 가방이었다. 앙증맞은 노란 가방을 아무렇지 않게 오른팔에 메고 있는 195cm 장신의 남자를 보며 키세는 웃었다. 키세는 살금살금 뒤로 접근해 남자의 등을 두드리며 쾌활하게 말을 걸었다. 미도리맛치, 여전하네요! 남자는 놀랐는지 눈을 동그랗게 떴다가 곧 평소와 같은 무뚝뚝한 표정으로 돌아왔다. …키세.
"이야, 이런곳에서 볼 줄 몰랐네요. 오랜만임다. 인터하이 이후인가요?"
"네가 여기엔 무슨일이냐는 것이다."
"엣, 저 여기 학생임다."
네 성적으로 잘도 이곳에 들어왔군. 남자는 코웃음을 치며 대답했다. 넘함다! 키세가 우는소리를 냈다. 제 성적이 안좋은건 맞지만… 특기자로 들어왔슴다. 연영과임다. 키세의 부연설명에 남자는 그럼 그렇지 하는 표정을 지었다.
"뭠까, 그 당연하다는 표정은."
"정말 몰라서 묻는것이야?"
"아님다…. 미도리맛치는 그러고보니 무슨과임까?"
"생명과학쪽이라는 것이다."
헤에. 미도리마의 대답에 키세가 의외라는 듯한 소리를 냈다.
2.
이건 너무함다. 키세는 볼을 부풀리며 제 앞에 앉은 사람을 힐끗힐끗 바라보았다. 눈을 내리깔고 영어로 된 두꺼운 원서책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 매정하다. 몇주만에 만났는데 이게 뭐예요… CC가 붙어다닐 시간이 많다는건 순 뻥임다. 키세는 눈앞의 공책에 심술을 풀듯 힘을주어 연필로 줄을 그었다. 바야흐로 벚꽃이 만개하고 연인이 데이트하기 좋은 늦봄의 공강시간, 키세는 중앙도서관 5층 구석에 앉아 있었다. 도서관 안은 한적했다. 사람이라고는 저 말고 제 앞에 앉은 멀대같이 커다란 제 애인 단 둘 뿐이었다. 물론 이 넓은 도서관에 단 둘이만 앉아 있으니 이것도 데이트라고 하면 데이트겠지만…
…환상적으로 예쁜 제 애인은 2주만에 겨우 만난 저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고 박정한 전공책에 온 시선을 집중하고 있었다. 이건 정말 너무한 처사다. 키세는 잔뜩 불퉁한 목소리로 징징댔다. 미도리맛치이…. 아아아아! 미도리맛치이! 소리를 지르듯 부르자 그제서야 흘끗 눈길을 준다. 도서관에서는 정숙하라는 상식도 없는것이냐. 한껏 낮춘 목소리가 들렸다.
"그래봤자 여긴 우리 둘 밖에 없잖아요."
"그래도 지켜야할것은 지켜야 한다는 것이야."
"칫."
화가 났다고 항의 하듯이 과장스레 삐진척을 하자 어쩔수 없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는 소리가 들렸다. 뭐가 그렇게 불만인것이냐.
"…그걸 몰라서 물어요?"
"알면 묻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아. 그래. 원래 이런 사람이었지. 키세는 정말로 모르겠다는 얼굴로 저를 쳐다보는 남자를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우리 2주만에 만난거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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