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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업/쿠농

황녹 / 진단메이커1-2

황녹. '이젠 애쓰지 않아도 괜찮아' 키워드는 공허함, 염원하는 느낌으로. 개새끼 키세주의. 황녹 진단메이커1이랑 이어집니다.






구역질이 치밀었다. 등 뒤로 묶인 팔이 넥타이에 쓸려서 아팠다. 어깨가 빠질것 같다. 안경은 어디로 날아갔는지 보이지도 않았다. 속눈썹에 엉겨붙은 희멀건 덩어리가 거슬려서 눈을 제대로 뜰 수가 없다. 어차피 안경이 없어 눈을 떠도 보이지 않으니 상관 없는 일이었다.

내장 안을 헤집는 뜨거운 것을 당장이라도 끄집어 내고 싶었다. 속 안이 질척하게 가득 찬 것 같았다. 이제 아래에는 감각이 없었다. 이리저리 붙잡혀서 흔들리는 내 모습이 뭐가 그리 보기 좋은지 너는 나와 시선이 마주칠 만한 책상에 걸터 앉아 있었다. 비가 오는 날의 창문처럼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시야였지만 네가 나를 쳐다보고 있다는 사실만큼은 알 수 있었다. 두어번 너와 시선을 마주쳐보려 미간을 찌푸렸다가 금새 입안으로 들어오는 살덩이에 눈을 감았다. 

이제 때리는건 질려서요. 문을 열고 들어오는 애들을 보며 네가 말했었다. 그래서 뭐가 좋을까 생각하다가…이건 어떨까 했슴다. 어쩐지 평소와는 분위기가 이상했다. 어쩐지 느낌이 안좋아서 뒤를 돌아 벗어나려고 했을때 두 팔이 잡혀 뒤로 꺾였다. 몸이 무너지는 것을 지탱하기 위해 반사적으로 왼손으로 책상을 짚었다. 너는 고개를 숙여 찬찬히 왼손을 바라보더니 저항을 하는 나에게 말했다. 쉬, 가만히 있어봐요. 미도리맛치. 아프기 싫잖아요? 아. 미도리맛치는 아픈거 좋아하려나. 계속 맞으러 왔었으니까. 그렇게 말하며 왼손을 바라보는 네 모습이 흡사 꺾어버리기라도 할 것 같아 나는 저항을 멈췄다.

그 모습을 보면서 너는 어떠한 표정을 지었던가. 천사같이 웃었던가, 땀이 밴 손바닥이 징그럽게 내 몸을 타고 기어오를 때 눈을 감았기에 나는 너의 표정을 보지 못했다. 하지만 너의 목소리는 선명하게 날아들어 왔다. 분명 미도리맛치도 좋아할거라고 믿슴다. 호모잖아요? 미도리맛치. 너는 짓씹어 뱉듯이 '호모'라고 발음했는데, 어째서 그 단어에 경멸이 아닌 분노가 담겨있는지 나는 알 수가 없었다.  

뜨거운 것이 내장안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그게 끝이었는지 속에서 묵직한게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차가운 교실바닥에 뺨을 대고 나는 가쁜 숨만 내뱉았다. 문을 열고 닫는 소리가 나고 네가 책상에서 내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좋았죠? 처녀상실 축하해요, 미도리맛치. 네가 내 앞에 쭈그려 앉아 쾌활하게 말을 걸었다. 아, 진짜 많이도 싸질러 놨네. 더러운 새끼들. 끊임없이 재잘대는 너의 목소리가 그대로 귀를 통해 흘러나갔다. 범람하는 너의 목소리 속에서 나는 문득 깨달았다. …키세. 형편없이 갈라진 목소리로 너를 부르니 네가 다가왔다.

뿌연 시야속에서도 샛노란 색깔은 선명했다. 나는 그 목에 걸린 넥타이를 잡아채 천천히 잡아당겼다. 큭, 뭐하는… 당황하는 너에게 나는 조심스럽게 입을 맞췄다. 입술과 입술이 맞닿는 순간 모든것이 멈췄다. 첫키스는 부드럽고 달콤한만큼 씁쓸하고 비렸다. 마치 10분과도 같았던 10초가 지나고 나는 천천히 맞닿았던 입술을 떼고 손에 쥐었던 넥타이를 놓았다. 지금, 미도리맛치, 뭐한…? 잔뜩 당황한 목소리에 웃음이 나왔다. 이렇게 쉬운걸 나는 왜 지금껏 하지 못했던 것일까. 내가 자꾸만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하자 너는 화가 난 듯 했다. 하? 지금 비웃는겁니까? 더러운 걸레 주제에… 오른뺨으로 날카로운 아픔이 내달렸다. 몸 위로 쏟아지는 폭력에 몸을 웅크리면서도 나는 웃는 것을 멈출 수가 없었다. 이젠 애쓰지 않아도 괜찮다. 뒤늦게 깨달은 생각에 웃음이 멈춰지지 않았다. 사랑이 빠져나가고 텅 빈 공간에 눈물이 차올랐다. 까져서 쓰라린 눈가로 눈물이 방울져 흘러내렸다.

안녕. 나는 이제 더이상 너에게 사랑받으려고 애쓰지 않아도 괜찮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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