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도리맛치? 미도리맛치?? 슈토쿠 체육관에 울려퍼지는 어쩐지 낯익은 목소리에모든 시선이 체육관 입구에서 헐떡이고 있는 금발의 남자에게 가서 멎었다. 수업이 끝나자마자 달려왔는지교복차림 그대로인 모습이었다. 모두의 시선이 한 순간에 팍 짜식었다.어떻게 해보라는 듯이 모두가 미도리마를 쳐다보는데 미도리마의 상태가 이상했다. 키세, 여기까진 왜 온 것이냐! 하고 한번 팅기고, 키세의 미도리맛치가 보고 싶어서 촬영 끝나자마자 달려왔슴다! 하는말에 얼굴을 붉히고 말로는 츤츤대지만 페로몬으로 기쁘다고 데레데레했어야 할 한쌍의 커퀴벌레였건만. 미도리마는 키세를 보자마자 얼굴을 일그러뜨리고 다시 농구공으로 시선을 돌렸다. 이게 뭔?? 색다른 패턴에 슈토쿠 농구부는 전원 혼돈의 도가니에 빠졌다. 그러고보니 키세도 얼굴이 평소마냥 미도리맛치! 하고 풀어져있는 얼굴이 아니었다. 어쩐지 눈치를 보며 안절부절 못하는 표정에 슈토쿠 농구부는 뭔지는 몰라도 쟤가 뭔가 잘못을 했겠거니 생각했다.
미도리맛치? 저 무슨 잘못한거 있슴까??
숨을 고르고 저를 쳐다보지도 않는 미도리마에게 다가가 울상을짓는 키세는 뭐랄까… 주인 없는 사이 집안을 난장판으로 만들어 놨던걸 들켜 축 쳐진 커다란 리트리버 같았다. 미도리맛치? 미도리맛치, 저좀 봐주세요. 네? 제가 무슨 잘못 했어요? 제가 얼마나 놀랐는줄 알아요? 갑자기 문자로 죽어! 하고 보내다니 넘함다! 저 제가 뭘 잘 못 했는지 수업시간 내내고민해보고 부활 땡치고 오는 길에도 내내 생각해봤는데 결국 모르겠슴다! 제가 뭘 잘못한거예요? 조잘조잘 쉴새없이 우는 소리를 늘어놓으며 미도리마와 시선을 마주치려 애쓰는 키세를 보며 슈토쿠 농구부원들은 흥미반 짜증반이 솟구쳐오르는 것을 느꼈다. 조금만 더 있으면 미야지가 트럭으로 기적의 바퀴벌레 둘을쳐버릴 것 같아 보다못한 오오츠보가 입을 열어 사랑싸움은 나가서 하라고 하려는 찰나…
으악? 잠깐, 잠깐. 신쨩 울어? 설마 우는거야??
경악에 찬 타카오의 한마디에 키세는 물론이고 체육관에 있던농구부 모두가 얼어붙었다. 잠깐, 미도리맛치? 당황하는 키세를 향해 농구부 모두의 비난의 시선이 꽂혔다. 뭔지 모르겠지만 쟤가 잘못했네. 헤어져. 모두가 하나 되어 외치는 슈토쿠 농구부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키세가 슬쩍 미도리마를 껴안아 달랬다. 미도리맛치, 일단 눈물 뚝 그치고…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내가 다 미안해요…네? 그니까 울지말고… 등을 토닥여주는 키세의 다정한 목소리에 미도리마의 눈에서 더 왈칵 하고 눈물이 쏟아졌다. 울음기가 가득한 목소리로, 차분해지려고 노력하며 미도리마가 입을 열었다.
…네 애를, 임신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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