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아 거울아
1. 그 거울
능력자들 사이에는 공공연히 돌아다니는 한 소문이 있었다. 그랑플람이 남긴 보물중에, 아주 신비한 거울이 있다는 소문이었다. 그 거울은 모든 질문에 대한 답을 내주어 준다는 마법의 거울이라고도 했다. 그리고 지금 그 소문 속 환상의 거울 앞에 마틴 챌피가 서있었다.
마틴 챌피는 거울 앞에 서서 심호흡을 했다. 하랑이 옆에서 질린듯한 표정을 지었다. 하랑은 자신이 왜 여기있어야하는지 영문을 알 수 없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마틴은 거울을 향해 비장하게 외쳤다.
거울아, 거울아! 이 그랑플람에서 제일 예쁜건 누구죠?
2. 그 질문
아니아니아니. 잠깐만, 형.
하랑은 가까스로 거울이 대답하기 전 둘 사이에 끼어들었다. 마틴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왜요?
왜요?가 아니지!!!
?
저런 쓸데없는 질문으로 괜찮아? 어? 좀 더 그럴듯한 질문 없어?!
갑작스러운 캐붕으로 인한 충격을 겨우 딛고 일어선 하랑은 멍한 머리를 쥐어짜내 간신히 그럴듯한 질문들을 떠올렸다. 마틴 챌피가 물어야하는 질문은 저게 아니었다. 그랑플람의 부흥을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까요? 내지는, 그랑플람은 어떤 길을 걸어야하나요? 그랑플람은 앞으로 어떻게 해야하나요? 하다못해 그랑플람의 최고 인재는 누구죠? 였지
이런 미스 유니버스 뽑는 질문은 아니라고!
그러했다.
3. 그 인재
마틴은 당혹스러워 보이는 하랑의 어깨를 두드려주었다. 진정해요, 하랑군. 하랑의 숨소리가 안정되자 마틴이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요. 이건 제일 필요한 질문이에요.
그랑플람의 존속이나 누가 제일 최고인 인재인지 묻는것은 하등 도움이 되지 않아요. 하랑군. 마틴은 열렬히,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속사포처럼 말을 내뱉었다. 그랑플람이 부흥하기 위한 방법을 어떻게 물어봐야할까요? 설사 답이 나오더래도, 그걸 들어봤자 저희의 마음이 심란해질 따름이랍니다. 과연 거울이 주는 답이 그랑플람이 원하는 방향과 부합할까요? 재단의 모든 사람들을 만족시킬만한 해결책이 등장할까요? 아니요. 그렇지 않을거에요.
그러면 누가 최고의 인재인지 묻는건 어떨까요? 인재라는 기준은 뭐죠? 누가 가장 재단에 필요한가? 재단에 불필요한 사람은 없어요. 모든 사람들이 다 재단의 인재죠. 그러니 이건 불필요한 질문이에요.
결국 가장 중요한 질문은 누가 가장 아름다운가? 이걸로 귀결되죠.
이해했나요? 마틴이 상냥하게 물었다. 하랑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주 논리적인 개소리였다.
4. 그 대답
그래서 재단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은 누군가요?
마틴이 침을 삼켰다. 하랑도 덩달아 침을 삼켰다. 질문을 받은 거울이 웅 하는 소리와 함께 빛을 발했다. 그리고 웅장한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재단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은….
여배우 뺨치는 단아하고 예쁜 외모, E컵 빵빵한 가슴을 갖춘 청순베이글 티엔 정입니다.
5. 그 결말, 그 시작
잠시의 침묵이 방안을 휩쓸었다. 하랑은 거울의 답이 몰고온 여파에서 겨우 정신을 차렸다. 그런 하랑이 처음 본것은…
형!!! 형!!!!
시곗줄을 주먹에 감고 거울을 부수려고 하는 마틴 챌피였다. 하랑은 필사적으로 마틴을 말렸다.
안돼, 형! 이거 형이 회사한테서 쌔벼온 화물중에 하나잖아!! 중요한거 아니었어?!
중요하긴 무슨! 부숴버릴거에요!
마틴이 악을 쓰며 외치는 소리가 방안을 가득 메웠다.
저 거울을 부숴버리고 그 다음으로 티엔 정도 부숴버릴거야!!!
그렇게 마틴 챌피의 재단최고미인을 위한 기나긴 여정이 시작된 것이었다.